지난 앨범이 대중성에서 참패를 거뒀기 때문일까? 리쌍답지 않게 1년에 앨범이 두장이나 나왔다. 지난 앨범에 약간은 실망한 나도 이번 앨범에 갖는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앨범의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을만한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것도 빠방한 지원군과 함께 말이다.
지원군, 즉 피쳐링진만 보면 가히 올해 최고 수준이다. 이적, 윤도현(YB), Tiger JK, Dynamic Duo, Bizzy, 장기하와 얼굴들, Casker, 루시드 폴, 김바다 등 장르와 음악적 스타일을 넘나드는 이 콜라보는 2008년 MC몽 4집이 주었던 충격만큼이나 큰 충격을 나에게 선사해주었다.
리쌍은 힙합 그룹이지만, 수준높은 발라드의 느낌을 몇몇 노래에서 느끼게 해준다. 아무래도 객원 보컬인 정인이나 알리의 탁월한 보이스의 힘도 있겠지만, 리쌍의 노래에는 그들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있고, 이 멜로디 라인이 다른 힙합과 차별화되는 리쌍 노래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타이틀 곡인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가 그렇다. 만약 이 노래에서 멜로디적 부분이 약했다면, 그저그런 리쌍식 노래가 됐을것이다. 곡의 형식으로만 보면 노래 자체는 너무나도 진부하다. 정인의 싸비를 앞부분으로 땡겨오고, 개리의 래핑, 길의 브릿지, 정인의 싸비로 이어지는 구성, 곡의 느낌은 [내가 웃는게 아니야]나 [발레리노]와 별 차이점이 없다. 다만 바람직하게도 길의 보컬 비중이 조금 높다는점과 정인의 비중이 약간 낮아진 편이다. 지난 히트곡들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대중성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었는지 음악 차트에서 성적이 꽤나 좋은편이다. 아무래도 타이틀곡 선정에선 이번앨범에서 어느정도의 안정을 추구했다는 느낌을 준다.
[Carousel]은 이번 앨범 최대의 곡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정도인데, 리쌍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이적이라는 보컬의 선택으로 변화를 준점이 눈에 띈다. 이적의 탁월한 보이스와 찍어주는 듯한 피아노(솔직히 잘 모르겠다.)음은 멋지기까지 하다. 다만 리쌍의 색을 유지하려 한 시도가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발레리노]의 오마주 인것 같다는 점이 아쉽다. 곡 자체의 분위기나 가사의 내용, 싸비의 등장 타이밍, 심지어 이적이 애드립으로 질러주는 시점까지 흡사하다.
언젠가 부터 지나친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대중들의 평가를 의식한걸까?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꽤 많은 트랙들이 리쌍의 노래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장기하와의 콜라보인 [우리 지금 만나], YB와의 [Run], Casker와의 [Journey], 루시드폴과의 [부서진 동네]등. 아무래도 피쳐링을 담당한 보컬들의 개성과 음악적 스타일이 매우 도드라지는 편이기 때문에 피쳐링에 묻혀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히 이번 앨범 최대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예로든 곡들을 각 피쳐링진의 앨범에 리쌍이 피쳐링으로 참여해서 수록됐었더라면 괜찮았을법도 하다.)
하지만 곡들의 퀄리티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우리 지금 만나]는 장기하와 얼굴들 특유의 7,8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보컬과 기타 루프, 장기하 앨범에서나 나올법한 특유의 유머, 개리의 너무나도 일상적인 단어들로 이루어진 랩에서 나오는 라임, 예능에서의 길이 떠오르는 내용의 브릿지,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와 같은 짧으면서도 강렬한 후렴구와 이를 따라오는 코러스는 가히 압권이다.
그렇다고 힙합을 놓치진 않았다. [일터], [Canvas], [내 몸은 너를 지웠다], [To. LeeSSang]은 농도 짙은 힙합의 냄새가 풍기는 곡들이다. 이중 [일터] 같은 경우 비트는 빠르고, 가사는 굉장히 우울한편이다. 골방의 풍경을 묘사하는 래핑에선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일상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각박함, 고단함을 다루면서도 말미에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두 힘내자' 라는 뻔하지만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희망, 이 희망을 길의 허밍에 담아 말한다. '초심을 잃지말자' 며 마음을 다잡고자 자기 자신들에게 쓰는 곡인 [To. LeeSSang]도 멜로디면이나 가사면에서 모두 수준 높은 곡.
나에게는 김바다나 Malo와 같은 낯선 이름들이 몇몇 보인다. 음악적 식견이 워낙에 좁은지라 홍대 인디씬이나, 언더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잘 모르니 길게 코멘트를 하기는 좀 뭐하지만, 몇마디 하자면 Malo가 피쳐링한 [운명]은 리쌍스러운 곡에 재즈를 가미했는데, Malo의 보이스가 다소 끈적하긴 하지만, 곡 자체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뒷부분의 스캣도 좋은편.
5집과는 달리 좋은 볼륨과 디테일을 자랑했던 6집이다. [Rush]를 들은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집이라는 사실이 약간은 놀랍기도 하다. 그들은 매번 신선하면서도 리쌍다운 음악을 들려줘왔고,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이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평가를 들을정도로 리쌍다움을 고집했던 그들이지만 이번앨범에는 변화쪽에 너무 무게를 싣다보니 약간은 무리로 보이는 곡들이 보이기도 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앞으로 다양한 장르로의 변화 가능성을 엿볼수 있기도 하다. 100% 성공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이번 앨범도 역시 언제나 그랬던것 처럼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하는 그들의 일보 전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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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아직 앨범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어느정도 그림이 그려지는 리뷰네요!
리쌍 1,2집 이후로 제대로 들어보지 않았는데 이 앨범은 사보고싶네요.
요즘 김바다씨에 푹 빠져서 여기까지 오게됬습니다.
이런저런 사건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락 보컬 중 한명이죠.